2024년 8월, 북미 최대의 테이블탑 게임 컨벤션이 역사상 처음으로 매진됐다. 7만 1천 명이 넘는 인파가 인디애나 컨벤션 센터를 가득 채우며 젠콘(Gen Con)에 몰렸고, 이는 전년도 기록인 약 7만 명을 넘어선 수치였다. 이 자리의 여러 화제 가운데 하나는 던전 앤 드래곤(Dungeons & Dragons) 출시 50주년이었다 [출처: Gen Con, 2024]. 그보다 몇 달 앞서, 한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의 크라우드펀딩 캠페인 하나가 5만 5천 명이 넘는 후원자로부터 1,500만 달러 이상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출처: Kickstarter, 2025]. 헤드라인만 훑어봐도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무한한 화면의 시대에, 사람들이 다시 판지와 주사위, 그리고 마주 앉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재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부는 아니다. 관객 동원 기록을 새로 쓴 바로 그 업계가, 2024년 한 해 내내 가격 저항과 팔리지 않고 쌓이는 재주문, 그리고 출판사들의 경영 압박을 두고 고심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이 취미 시장을 키워 온 엔진이라 할 크라우드펀딩마저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그래서 보드게임 르네상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실제로 측정된 것과 그저 분위기로 체감되는 것을 차분히 갈라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의 흐름이 오래 이어질 문화적 전환인지, 아니면 팬데믹기의 정점을 지나 서서히 식어 가는 시장인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현대 보드게임 붐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테이블탑의 부활은 팬데믹과 함께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 뿌리는 1990~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 『카탄의 개척자(The Settlers of Catan)』 같은 이른바 '유로게임'이, 운과 탈락이 아니라 전략과 상호작용을 중심에 둔 디자이너 보드게임의 세계로 한 세대를 이끌었다. 이 흐름을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가속한 것은 크게 두 가지 힘이었다. 하나는 어떤 소매점보다 빠르게 좋은 게임의 입소문을 퍼뜨린 온라인 커뮤니티였고, 다른 하나는 단 한 부의 게임도 인쇄되기 전에 디자이너가 야심 찬 기획에 미리 자금을 댈 수 있게 해 준 크라우드펀딩이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이미 성숙한 취미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디자이너, 출판사, 리뷰어, 컨벤션,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보드게임 카페 네트워크까지. 봉쇄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집에 갇힌 가정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게임을 다시 발견했기 때문이다. 업계 트래커 ICv2에 따르면, 2024년은 취미 게임 유통 채널이 16년 연속 성장한 해였다 [출처: ICv2, 2025]. 다시 말해 붐은 팬데믹보다 앞서 있었고, 팬데믹은 이미 진행 중이던 흐름을 가속했을 뿐이다. 중요한 질문은 그 가속이 잦아든 뒤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다.
측정된 붐과 체감된 붐
그런데 여기서부터 숫자는 각별한 신중함을 요구한다. "요즘은 다들 다시 보드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 주는 측정값과 반드시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ICv2의 추정으로 2024년 미국·캐나다 취미 게임 시장 규모는 약 28억 4천만 달러였고, 2023년과 비교해 거의 제자리였다. 이 회사는 2024년을 팬데믹기 급등과 그 이후의 조정을 거친 "안정화의 해"라 불렀으며, 채널 성장률은 약 2%에 그쳤다 [출처: ICv2, 2025]. 성장은 분명 성장이되, 폭발적 도약이 아니라 완만하고 점진적인 성장에 가까웠다.
두 가지 단서가 더 중요하다. 첫째, '취미 게임'은 넓은 범주이고 그 매출의 절반 이상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 차지한다. ICv2가 이후 2025년 시장이 약 40% 성장해 약 36억 6천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추정했을 때, 그 헤드라인을 이끈 것은 보드게임이 아니라 수집형 카드 게임 쪽이었다 [출처: ICv2, 2026]. 오히려 보드게임 자체는 약한 고리였다. 2024년 보드게임은 가격 저항, 소매점의 재주문 감소, 재판 감소에 부딪혔다 [출처: ICv2, 2025]. 따라서 '취미 게임'의 40% 도약을 곧 보드게임의 40% 도약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둘째, 그 수치 자체가 회계 감사를 거친 확정 총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추정치라는 점이다. ICv2는 업계 관계자 인터뷰, 상장사 공시, 소매 판매 데이터, 크라우드펀딩 분석을 두루 조합해 이 숫자를 만들어 낸다. 서로 다른 정의를 쓰는 더 넓은 시장조사 기관들은 전 세계 보드게임 시장을 2024~2025년 기준 약 12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가까이로 제각각 잡는다 [출처: The Conversation, 2026]. 이 거대한 편차는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아니라, 각 기관이 시장을 얼마나 다르게 정의하는지를 보여 줄 뿐이다. 일부는 대중적 고전 게임이나 트럼프 카드, 디지털 이식판까지 포함한다. 정직한 결론은 이렇다. 시장은 크고 성장하고 있지만, 어떤 단일 금액도 오차 범위가 넓은 추정치로 읽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엔진
현대 취미를 규정하는 메커니즘 하나를 꼽으라면 크라우드펀딩이다. 이는 보드게임 출판을 창작자 경제에 가까운 무언가로 바꿔 놓았다.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후원자들은 2024년 모든 종류의 게임에 2억 7천만 달러를 약정했고, 그중 약 2억 2천만 달러가 테이블탑 프로젝트로 갔다. 게임 전체 약정액의 83%다. 출범한 6,646개 테이블탑 캠페인 중 5,314개가 성공해 성공률 80%를 기록했는데, 킥스타터는 이를 15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출처: Kickstarter, 2025]. 2009년 이래 이 플랫폼에서 9만 3천 개가 넘는 게임 프로젝트가 누적 26억 3천만 달러를 모았다.
분명 인상적인 수치이지만, 이를 부풀리지 않고 정직하게 읽게 해 줄 두 가지 단서가 있다. 우선 이 총액은 소수의 대형 캠페인에 크게 쏠려 있다. 브랜던 샌더슨(Brandon Sanderson)의 코스미어(Cosmere) 롤플레잉 게임이 5만 5천 명 넘는 후원자로부터 1,500만 달러 이상을 모아 플랫폼 역사상 최고 모금 게임 프로젝트가 됐듯, 몇몇 캠페인이 평균을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출처: Kickstarter, 2025]. 그리고 전년 대비로 보면 킥스타터의 테이블탑 약정액은 사실상 제자리였다. 2024년 약 2억 2천만 달러로, 2023년의 약 2억 2,600만 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출처: BoardGameWire, 2025].
한편 이 시장의 경쟁 구도는 판도 자체를 다시 짜고 있다. 후발 경쟁 플랫폼인 게임파운드(Gamefound)는 2024년 직접 크라우드펀딩만으로 약 8,500만 달러를 모아 전년보다 약 49% 늘었다고 밝혔고, 플레지 매니저와 후속 후원 판매까지 합치면 총액이 약 1억 5,600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는 2025년 "테이블탑 1위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처: BoardGameWire, 2025]. 이 게임파운드 수치는 신중히 읽을 필요가 있다. 8,500만 달러와 1억 5,600만 달러는 서로 다른 회계 기준이며, 더 큰 쪽 숫자를 킥스타터의 2억 2천만 달러와 곧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1위" 발언도 달성한 결과가 아니라 밝혀 둔 목표다.
왜 아날로그이고, 왜 지금인가
스프레드시트 너머에는, 이 르네상스에 아예 이름을 붙여 준 문화적 논증이 자리한다. 삶의 상당 부분이 화면 안으로 옮겨 갔기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이 도리어 아날로그 놀이를 택한다는 발상이다. 지지자들은 '디지털 피로'와 함께, 여럿이 공유하는 물리적 공간이 주는 매력, 그리고 실제로 한 방에 마주 앉은 친구들과 카드를 섞고 말을 옮기는 촉각적 즐거움을 근거로 든다.
취미계가 즐겨 인용하는 연구도 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하게 소개할 가치가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한 학자는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하며, 테이블탑 게임이 "웰빙을 증진하고 포용을 촉진하며 학습을 뒷받침한다 — 게임이 몰입을 높인다는 강력한 근거와 함께"라는 플리머스대(University of Plymouth) 리뷰의 결론을 요약했다. 아울러 보드게임을 스트레스·고립감·불안 감소와 연결한 팬데믹기 연구들도 함께 소개했다 [출처: The Conversation, 2026].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PMC 아카이브의 별도 내러티브 리뷰는 보드게임 플레이가 주의력, 작업기억, 처리 속도, 사회적 인지의 향상과 연관된다고 보고하며, 게임을 여러 연령대에 걸친 치료적·예방적 도구로 서술한다 [출처: PMC, 2025].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결정적인 구분은, 이 연구들이 대체로 인과가 아니라 상관 관계를 보여 준다는 점이다. 즉 보드게임 플레이가 더 나은 웰빙 및 사회적 연결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뿐, 게임이 그런 결과를 직접 유발한다고 증명하지는 않으며, 연구들 스스로도 이 한계를 신중히 짚고 있다. 화면에 지친 대중이 의도적으로 판지를 집어 든다는 문화적 서사는 그럴듯하고 널리 공유되는 설명이지만, 이는 동기에 관한 가설로 남아 있다. 취미의 플레이어와 매출이 10년 전보다 늘었다는 측정된 사실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카페와 컨벤션, 그리고 '제3의 장소'
이 르네상스는 무엇보다 물리적 공간에서 가장 눈에 잘 띈다. 음식과 음료, 게임을 빌려 주는 서가, 그리고 실제로 앉아 놀 자리를 한데 결합한 공간인 보드게임 카페는 전 세계 여러 도시로 빠르게 퍼져 나가며, 집과 직장 사이에 놓인 '제3의 장소'이자 가벼운 플레이어를 실제 구매자로 바꿔 놓는 발견의 지점으로 기능한다. 카페 부문에 관한 공개 데이터는 빈약하고 정확한 집계보다 시장조사 추정에 치우쳐 있어, 그 규모는 정밀한 수치보다 사례로 보여 주는 편이 낫다. 밴쿠버 인근의 한 게임 컨벤션은 입장권 판매가 2024년 약 8,500장에서 2025년 9,100장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출처: The Conversation, 2026].
반면 컨벤션은 훨씬 더 엇갈린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바로 그 대비가 시사적이다. 젠콘의 7만 1천 명 매진 기록은 이 붐을 이야기할 때 가장 인용하기 좋은 데이터다. 그러나 게임 제조사 협회(GAMA)가 주최하는 오리진스 게임 페어(Origins Game Fair)는 2024년 1만 7,706명을 동원해 2023년보다 약 9% 늘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정점 2만 642명보다 약 14% 낮았다 [출처: ICv2, 2024]. 2026년에 이르러 업계 보도는 오리진스의 매출과 전시 공간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관객 수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짚었다 [출처: BoardGameWire, 2026]. 교훈은, 컨벤션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대표 행사가 기록을 새로 쓰는 동안 다른 행사는 자신의 최고치 아래에 머물 수 있다.
호황인가, 식어가는 시장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의 두 반쪽이 서로 만난다. 낙관론자는 매진된 컨벤션과 기록적인 크라우드펀딩 성공률, 점차 성숙해 가는 카페 문화, 그리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시사하는 연구를 근거로 가리킬 수 있다. 반대로 회의론자는 같은 해의 정체된 매출과 제자리걸음한 크라우드펀딩,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 그리고 재판 물량을 줄이며 압박을 체감하는 출판사를 가리킬 수 있다 [출처: ICv2, 2025].
두 해석은 동시에 참일 수 있고, 그것이 가장 정직한 틀이다. 팬데믹은 2020~2021년에 진짜 급등을 만들었다. 그 뒤에 온 것은 붕괴가 아니라, 이전보다 높아진 기준선으로의 정상화였다. 밑바탕의 흐름 — 16년 연속 채널 성장 — 은 실재하며 코로나19보다 앞선다. 다만 정점기의 두 자릿수 급등은 보드게임의 경우 낮은 한 자릿수 성장으로 바뀌었고, 관세와 공급망 충격이 비용을 압박했으며, 소비자는 박스 게임 한 개의 오른 가격에 민감해졌다. 르네상스와 냉각은 모순된 서술이 아니다. 같은 시장의 서로 다른 시간 지평을 묘사할 뿐이다.
무엇을 지켜볼 것인가
결국 보드게임 르네상스는 헤드라인이 말하는 무조건적 호황도, 회의론자가 이따금 예언하는 붕괴도 아니다. 팬데믹을 지나며 폭발적으로 몸집을 불렸다가, 이후 더 안정적이고 가격에 민감한 성장으로 가라앉은, 이미 성숙하고 규모도 상당한 취미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앞으로 지켜볼 만한 신호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취미 게임' 헤드라인을 사실상 지배하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과 달리, 보드게임 자체가 다시 더 건강한 성장세로 돌아올지, 아니면 계속 약한 범주로 남을지다. 둘째, 킥스타터와 게임파운드가 벌이는 크라우드펀딩 경쟁이 전체 파이 자체를 키울지, 아니면 정해진 몫을 그저 나눠 가지는 데 그칠지다. 셋째, 2024~2026년 내내 엇갈렸던 컨벤션 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 정점을 향해 또는 그 너머로 돌아설지다. 넷째, 웰빙 연구가 상관에서 더 강한 인과 근거로 성숙해질지인데, 그렇게 되면 "왜 아날로그인가"라는 논증에 더 단단한 발판이 생긴다. 앞으로 숫자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정작 더 오래 남을 사실은 의외로 가장 단순한 것일지 모른다. 이미 많은 이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함께 게임을 하는 시간을 충분히 잘 쓴 시간이라 여기게 됐다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