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포뮬러 1(Formula 1)은 10년 전이라면 믿기 어려웠을 기록들과 함께 시즌을 마쳤다. 관중 670만 명이라는 역대 최다 입장, 마지막 라운드에서야 갈린 챔피언 다툼, 그리고 F1을 소재로 한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가 역대 스포츠 영화 흥행 1위에 오른 일까지. 2010년대 내내 팬층 고령화와 텅 빈 관중석을 걱정하던 종목치고는 반전이 뚜렷하다. 다만 붐은 체감하기는 쉬워도 측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데이터가 실제로 보여주는 것과 그 주변의 마케팅을 갈라 보는 일이 필요하다.
이 글은 모터스포츠에서 벌어지는 미디어·팬덤·상업의 이야기다. 축구 메가 대회의 경제학과도, 여성 스포츠의 상업적 부상과도, 골프와 축구 일부를 재편하는 국부펀드 투자와도 구분된다. F1은 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부다비 같은 걸프 국가에서도 경기를 열지만, 지금 붐의 동력은 미국 미디어 기업 소유 아래에서 일어난 관객·상업 성장이지 국가 소유가 아니다. 이 틀을 놓치지 않아야 수치를 정직하게 읽을 수 있다.
숫자로 보는 붐
셀 수 있는 것부터 보자. F1은 2025년 시즌 총관중 67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다 합산 관중이며, 24개 대회 중 19개가 매진됐고 11개 서킷에서 관중 신기록이 나왔다 [출처: Formula 1, 2025]. 한 해만의 반짝 상승도 아니다. 유료 관중은 2019년 420만 명에서 2022년 570만, 2023년 600만, 2024년 650만, 2025년 670만 명으로 늘었다 [출처: Formula 1, 2025]. 영국 그랑프리는 주말 동안 50만 명, 호주 그랑프리는 46만 5,000명을 불러 모았다 [출처: Formula 1, 2025].
시청자 지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F1의 누적 글로벌 TV 시청자는 2023년 15억 명에서 2024년 16억 명으로 늘었고, 선형(linear) 방송 기준 경기당 약 6,600만 명이 봤다 [출처: Formula 1, 2024]. F1의 소유주인 리버티 미디어(Liberty Media)는 2025년 라이브 TV 시청이 21%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출처: Liberty Media, 2026]. 이는 인상이 아니라 측정된 수치다. "F1이 어디에나 있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 분위기처럼 들리기 시작할 때, 붙잡아 둘 만한 기준점이다.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 효과, 그리고 그 한계
가장 자주 반복되는 설명은 넷플릭스다. 2019년 3월 공개된 다큐 시리즈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Drive to Survive)'는 경기를 한 번도 본 적 없던 시청자에게 이 종목의 문을 열어 준 공로로 널리 인정받는다. 실제 효과의 근거는 진짜다. 닐슨(Nielsen)에 따르면 2021년 말 F1을 보지 않았던 미국 시청자 36만 명 이상이 이 시리즈를 먼저 본 뒤 2022년에 F1을 시청했고, 2022년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28%가 스스로를 F1 팬이라고 답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이유로 꼽았다 [출처: Nielsen Sports, 2022].
이는 그럴듯한 메커니즘을 갖춘 상관관계이지만,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ESPN에서 나타난 F1의 미국 TV 시청자 추이가 그 미묘함을 보여 준다. 경기당 평균 시청자는 2018년 55만 4,000명에서 2022년 121만 명으로 올랐다가, 2023년과 2024년에는 약 110만 명으로 정체됐고, 2025년에 130만 명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출처: ESPN Press Room, 2025]. 만약 다큐 하나가 시청을 이끌었다면 곡선은 계속 같은 보폭으로 올랐을 것이다. 실제로는 스트리밍 접근성, 새로운 미국 대회, 카리스마 있는 드라이버와 라이벌 구도가 함께 작용하며 성장이 왔다. CNBC의 표현대로 '넷플릭스 효과'는 더 넓은 변화의 일부일 뿐이다 [출처: CNBC, 2024]. 이 시리즈는 촉매이지 유일한 원인이 아니다.
미국에 깃발을 꽂다
리버티 미디어 체제에서 가장 뚜렷한 구조적 변화는 미국 시장을 의도적으로 키운 것이다. F1은 이제 미국에서 세 개의 대회를 연다. 2012년부터 열려 온 오스틴의 미국 그랑프리, 2022년 추가된 마이애미, 그리고 2023년 11월 데뷔한 라스베이거스로, 어느 나라보다 많다 [출처: ESPN, 2023]. 한때 미국 대회 하나를 유지하기도 버거워하던 종목이 이제 셋을 지탱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데이터다.
라스베이거스는 가장 과감한 베팅이자 가장 교훈적인 사례다. F1은 이 대회를 현지 프로모터에게 팔지 않고 직접 운영하며, 약 40에이커의 부지와 상설 패독 건물에 들어간 약 2억 4,000만 달러를 포함해 4억~5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ESPN, 2023]. 2023년 첫 대회는 입장 비용이 2,000달러에 육박하는 가장 비싼 그랑프리였는데, 이후 수요 부진과 주민들의 혼잡 불만 속에 가격이 1,000달러 아래로 무너졌다 [출처: ESPN, 2023]. 리버티 미디어는 나중에 2024년 4분기 매출 감소의 일부를 라스베이거스 티켓·호스피탤리티 수입 하락 탓으로 돌렸다 [출처: Liberty Media, 2026]. 미국 확장은 실재하며 붐의 핵심이지만, 마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의 흐름: 매출·기업가치·LVMH
'붐'이 가장 잘 기록되는 곳은 상업 지표다. 홍보용 설문이 아니라 감사받은 재무보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리버티 미디어가 2017년 1월 인수를 완료했을 때 이 사업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는 80억 달러, 지분가치(equity value)는 44억 달러로 평가됐다 [출처: Liberty Media, 2017]. F1 매출은 그 첫 회계연도의 18억 3,000만 달러에서 2023년 32억 달러, 2024년 36억 5,000만 달러, 2025년 38억 7,000만 달러로 늘었다.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28% 늘어난 6억 3,200만 달러였다 [출처: Liberty Media, 2026].
스폰서십도 발맞춰 커졌다. 2024년 10월 F1은 명품 그룹 LVMH와 10년 글로벌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루이비통(Louis Vuitton), 모엣 헤네시(Moët Hennessy), 그리고 롤렉스를 대신해 공식 타임키퍼가 된 태그호이어(TAG Heuer)를 아우르며, 규모는 약 10억 달러로 알려졌으나 매체마다 정확한 액수는 엇갈린다 [출처: CNN Business, 2024]. 보도들은 F1의 추정 기업가치를 2023년 기준 약 17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2017년 인수가의 두 배가 넘는다 [출처: CNBC, 2024]. 다만 이 기업가치는 완료된 매각이 아니라 애널리스트와 언론의 추정이므로 '주장됐으나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항목에 속한다. 방향이 분명해도 이 구분은 지켜 둘 가치가 있다.
더 젊고, 더 여성적이고, 더 글로벌한 팬층
붐에 관해 가장 자주 나오는 주장은 F1의 팬층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더 젊고, 더 여성이 많고, 더 글로벌하다는 얘기다. 여기서는 어떤 측정치를 쓰느냐가 중요하다. F1 자체의 '팬베이스 도달(fanbase reach)' 지표로 보면, 글로벌 팬베이스는 2025년 8억 2,700만 명에 이르러 전년 대비 12%, 2018년 대비 63% 늘었다 [출처: Formula 1, 2025]. 35세 미만이 그 팬층의 43%, 여성이 42%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8년의 37%에서 오른 것이다. 신규 팬 중 여성이 48%, 35세 미만이 57%였다 [출처: Formula 1, 2025].
또 다른 도구인 2025 글로벌 F1 팬 서베이는 모터스포츠 네트워크(Motorsport Network)와 함께 186개국에서 10만 명 이상의 응답을 모았고, 응답자의 25%가 여성으로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이며 평균 팬 연령은 4년 새 36세에서 32세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출처: Formula 1, 2025]. 두 데이터셋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만, 둘 다 F1이 의뢰한 것이고 서베이는 일반 인구가 아니라 스스로 밝힌 열성 팬을 표본으로 한다. 이는 강한 방향성 신호이지 중립적 인구조사가 아니다. 이 수치들을 독립적 증명이 아니라 회사가 제공한 근거로 읽는 것이 정직한 사용법이다.
신중론의 근거
모든 붐은 이것이 구조적 전환인지 거품인지를 묻게 만들고, F1은 회의론자에게 실제 근거를 준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우려는 일정 과밀이다. 2024년과 2025년 연달아 역대 최다인 24전에 이르렀고, 드라이버들의 보기 드문 공개 반발을 불렀다. 막스 페르스타펜(Max Verstappen)은 "한계를 한참 넘었다", 페르난도 알론소(Fernando Alonso)는 "명백히 한계를 넘었다"고 했고, 카를로스 사인츠(Carlos Sainz)는 가족이 있는 스태프와 드라이버에게 "한계 수준"이라고 말했다 [출처: RacingNews365, 2024]. CEO 스테파노 도메니칼리(Stefano Domenicali)는 24가 "최적의 숫자"라고 반박한다 [출처: RacingNews365, 2024]. 경기가 늘면 매출과 매진 주말도 늘지만, 부담과 이동 배출도 함께 늘어난다.
두 번째 우려는 경쟁 균형이다. 2023년 페르스타펜은 22전 중 19승을 거뒀다. 단일 시즌 86% 승률로 역대 최고 기록이며, 전체 랩의 4분의 3 이상을 선두로 달렸다 [출처: ESPN, 2023]. 챔피언이 뻔한 종목은 방금 끌어들인 신규 팬을 잃을 위험이 있다. 다만 최근의 근거는 반대로 움직인다. 2021년 도입된 비용 상한(cost cap, 1억 4,500만 달러로 시작해 이후 1억 3,500만 달러로 삭감)은 전력을 수렴시키려는 장치였고 [출처: GPFans, 2024], 2025년에 이르러 경기는 극적으로 팽팽해졌다. 챔피언은 마지막 라운드에서야 갈렸는데, 랜도 노리스(Lando Norris)가 페르스타펜과 자신의 맥라렌 팀메이트 오스카 피아스트리(Oscar Piastri)를 눌러 페르스타펜의 4년 통치를 끝냈다 [출처: RaceFans, 2025].
접근성과 지속가능성 문제도 있다. 프리미엄 가격은 라스베이거스가 극단적 사례인데, 화면으로는 열심히 구애하는 보통 팬을 정작 가격으로 밀어내는 것 아니냐는 정당한 물음을 낳는다 [출처: ESPN, 2023]. 그리고 24전짜리 글로벌 서커스는 2019년 발표된 '2030년 넷제로(Net Zero Carbon) 탄소' 서약과 어색하게 맞물린다. F1은 2025년 유럽 라운드에서 바이오연료·태양광·배터리로 탄소를 90% 이상 줄였고, 화물을 해상 운송과 지역 허브로 옮기고 있으며, 2026년 엔진 규정에서 100% 지속가능 연료가 도입된다고 밝혔다 [출처: Formula 1, 2019]. 성장과 탈탄소가 함께 가속할 수 있는지는 열려 있고, 면밀히 지켜봐야 할 물음이다.
구조적 전환인가, 거품인가: 무엇을 지켜볼까
정직한 판단은 F1의 붐이 대체로 구조적이되 냉각에 면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측정된 근거—역대 최다 관중, 상승해 이제 신기록에 이른 미국 시청, 5년 연속 매출 성장, 눈에 띄게 젊어지고 여성이 늘어난 팬층, 흥행 신기록의 장편 영화—는 폭넓고, 여러 해에 걸쳤으며, 하나 이상의 출처에서 나온다. 이는 한때의 유행이 남기는 취약한 흔적이 아니다. 그러나 가장 약한 지점들은 정확히 거품이 먼저 드러날 곳이다. 라스베이거스 같은 투기적 이벤트 경제학, 임금을 앞지르는 티켓 가격, 일정 피로, 그리고 한 팀이 챔피언십을 독주할 상존하는 위험이다.
그러니 헤드라인의 분위기보다 몇 가지 계기판을 지켜보자. 2026년 규정 변화—새 파워유닛과 지속가능 연료—는 비용 상한이 시작한 것처럼 전력을 팽팽하게 유지할 것인가? 중계권이 애플로 넘어간 지금, 미국 시청은 2025년 신기록 위에서 굳어질 것인가, 아니면 110만 명 정체선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새 개최 도시의 신선함이 옅어져도 관중과 매출은 버틸 것인가? 그리고 F1은 2030년 기후 서약을 지키면서도 일정과 관객을 함께 키울 수 있을까? 붐은 실재하고 측정 가능하다. 그것이 복리로 불어날지 정체할지가 다음 몇 시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