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Bain & Company(베인앤드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업계 단체 Altagamma(알타감마)는 업계가 15년간 보지 못한 소식을 내놓았다. 핸드백, 시계, 주얼리, 신발, 의류 등 이 산업을 규정하는 개인 명품(personal luxury goods) 시장이 축소되어 약 2% 줄어든 3,630억 유로 안팎에 그친 것이다 [출처: Bain & Company, 2024]. 팬데믹의 해였던 2020년을 논외로 하면,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첫 역성장이었다 [출처: Bain & Company, 2024]. 자신 있게 값을 올리며 사상 최고 마진을 누리던 한 해가 벽에 부딪혔고, 업계 스스로의 집계로도 시장은 수천만 명의 고객을 잃었다. 숫자 밑에 깔린 질문은 지금 이 업계 전체가 다투고 있는 바로 그 물음이다. 이것은 지나가는 침체인가, 아니면 명품이 쉽게 되찾지 못할 고객을 잃은 것인가?
이 글은 명품을 사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파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이지, 안전자산으로서의 금(金)에 관한 것도, 거시경제 전반에 관한 것도 아니다. 초점은 이 산업에 맞춰져 있다. 누가 여전히 사고 있고, 누가 멈췄으며, 왜 같은 범주의 상품을 파는 하우스들이 이토록 극명하게 엇갈린 실적을 냈는가.
금융위기 이후 첫 역성장
Bain의 핵심 수치는 정확히 짚어둘 가치가 있다. 이 논쟁이 어긋나는 지점이 대개 바로 정밀함이기 때문이다. 2024년 연구는 개인 명품 시장을 약 3,630억 유로, 현행 환율 기준 약 2% 감소로 측정했다 [출처: Bain & Company, 2024]. 이후 수정치는 2024년을 3,640억 유로에 가깝게(2023년은 3,690억 유로), 2025년은 약 3,580억 유로로 제시했는데 — 현행 환율로는 약 2% 감소이지만 환율 변동을 걷어내면 대체로 보합, 심지어 1% 증가다 [출처: Bain & Company, 2025]. 이는 감사받은 개별 기업 회계가 아니라 시장 전체에 대한 추정치이며, "현행" 환율과 "불변" 환율 사이의 간극이 겉보기 헤드라인의 불일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측정된 두 가지 사실이 두드러진다. 첫째, 성장의 저변이 무너졌다. 2024년에 플러스 성장을 낸 명품 브랜드는 약 3분의 1에 불과해, 한 해 전 약 3분의 2에서 줄었다 [출처: Bain & Company, 2024]. 둘째, 고객 기반이 급격히 얇아졌다. Bain은 시장이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약 5,000만 명의 고객을 잃었고, 도달 가능한 고객 기반이 2022년 약 4억 명에서 2025년 약 3억 4,000만 명으로 줄었다고 추정한다 [출처: Bain & Company, 2024] [출처: Bain & Company, 2025]. 이 통계가 이야기 전체의 틀을 다시 짠다. 매출 2% 감소는 경기순환적이고 완만하게 들리지만, 수천만 명의 구매자를 잃었다는 것은 그 관계에서 무언가 달라졌다는 말로 들린다.
엇갈리는 하우스들
만약 이 둔화가 순전히 경제 탓이라면, 모든 명품 하우스가 함께 가라앉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 그리고 하우스 간의 격차야말로 브랜드와 가격 포지션이 거시 환경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다.
주요 그룹들의 감사받은 2024년 연간 실적을 나란히 놓고 보라.
- Kering(케링) — 그룹 매출 172억 유로, 12% 감소. 경상영업이익은 46% 줄어든 26억 유로, 마진은 24.3%에서 14.9%로 축소됐다. 대표 브랜드 Gucci(구찌)는 23% 줄어든 77억 유로로, 연간 기준 가장 가파른 하락 중 하나였다 [출처: Kering, 2025].
- LVMH(엘브이엠에이치) — 그룹 매출 847억 유로로 유기적 기준 1% 증가했으나 경상영업이익은 14% 감소했고, 핵심인 패션·가죽제품(Fashion & Leather Goods) 부문은 보고 기준 매출이 약 3% 줄어든 약 410억 유로였다 [출처: LVMH, 2025].
- Hermès(에르메스) — 매출이 불변 환율 기준 15% 늘어난 152억 유로로, 사실상 침체를 거스르며 성장했다 [출처: Hermès, 2025].
- Richemont(리치몬트) — 2025년 3월 종료 회계연도에서 주얼리 부문(Cartier(까르띠에), Van Cleef & Arpels(반클리프 아펠))이 8% 늘어난 153억 유로로 그룹을 지탱했다 [출처: Richemont, 2025].
이 흐름은 2025년까지 이어졌다. Kering의 상반기 매출은 약 16% 감소했고, Gucci는 2분기에 26% 줄었다 [출처: Kering, 2025]. LVMH의 상반기 매출은 4% 미끄러졌고 패션·가죽제품은 보고 기준 8% 감소했지만 — 이 부문은 2분기에 유기적 기준 1% 성장으로 되돌아서며 바닥을 다지는 이른 신호를 보였다 [출처: LVMH, 2025]. 한편 Hermès는 2025년을 불변 환율 기준 매출 9% 증가한 160억 유로, 영업마진 약 41%로 마감했다 [출처: Hermès, 2026]. Richemont의 주얼리 모멘텀도 이어져, 2분기 매출이 불변 환율 기준 17% 뛰었다 [출처: Richemont, 2025].
나란히 읽으면, 이 실적들은 시장 전체 수치 하나로는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정점에 있는 브랜드들, 그리고 하드 럭셔리(hard luxury)에 뿌리를 둔 브랜드들은 계속 성장한 반면, 더 접근하기 쉽고 패션 중심인 하우스들이 타격을 입었다.
중국: 멈춰 선 엔진
이 둔화 위에 중국보다 크게 드리운 요인은 없다. 지난 10년간 이 산업의 성장 엔진이었던 시장이다. Bain의 추정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본토의 내수 명품 판매는 약 18~20% 감소해 사실상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이어 Bain은 2025년에는 시장이 대체로 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Bain & Company, 2024] [출처: Bain & Company, 2024]. Bain이 지목한 직접적 원인은 약한 소비자 신뢰,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 그리고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사들이는 중국 쇼핑객의 반등이다 [출처: Bain & Company, 2024].
여기서 신중한 구분이 필요하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와 명품 위축은 함께 움직였고, 하락하는 주택 가치와 흔들린 신뢰를 더 약해진 명품 수요와 연관된 것으로 다루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둘이 나란히 움직였다는 사실이 어느 하나만으로 다른 하나를 유발했다는 증명은 아니다. 청년 실업, 과시를 꺼리는 사회 분위기, 달라진 여행 패턴이 모두 같은 시기에 겹쳤다. 정직한 서술은 단일하게 입증된 지렛대가 아니라 연관성과 그럴듯한 작동 기제다. 다툼의 여지가 없는 것은 규모다. 이 산업 성장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던 시장이 성장을 멈추자, 견실한 하우스들조차 손님 발길이 뜸해짐을 체감했다 — Hermès와 Richemont 모두 글로벌 수치가 버텨주는 와중에도 중국 수요 약화를 언급했다 [출처: Hermès, 2026] [출처: Richemont, 2025].
밀려난, 열망하던 고객
이 이야기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사실 중국과는 무관하다. 가격에 관한 것이다. 호황기 내내 명품 하우스들은 공격적으로 값을 올렸고 — 이제 논쟁은 그들이 한 계층의 구매자를 통째로 시장 밖으로 밀어냈는가에 있다.
측정된 기업 데이터는 마진과 매출에 관해서는 명확하지만 단일한 "가격 지수"에 대해서는 침묵하므로, 이 논쟁의 상당 부분은 애널리스트 추정을 통해 전개되며 그 점을 분명히 표기해야 한다. Morgan Stanley(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에서 일부 상징적 핸드백의 구매 여력이 지난 10년간 약 10%에서 33% 사이로 악화됐고 — 가격 상승이 가처분소득을 훨씬 앞질렀으며 — 사실상 "중간 소득 소비자를 가격으로 밀어냈다"고, 또 브랜드들이 이제 "더 이상 가격이라는 지렛대를 쓸 수 없는" 곤란한 처지에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Morgan Stanley, 2026]. Bernstein(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별도로, 특히 소프트 럭셔리(soft luxury)에서 동일 기준(like-for-like) 가격 인상이 약 3년에 걸쳐 두 자릿수를 훌쩍 넘겨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고 추정했다 [출처: Bernstein, 2025]. 이는 감사받은 공시가 아니라 애널리스트의 추정과 재구성이지만 — 기업들이 스스로 보고한 바와 맞아떨어진다. 접근성 높은, 가격 주도형 하우스들이 가장 많이 밀렸고, 물량과 할인에 관해 절제하기로 유명한 Hermès는 오히려 성장했다.
이에 대응하는 소비 행태에는 업계 언론이 붙인 이름이 있다 — "럭셔리 셰임(luxury shame)" 또는 가격 피로(price fatigue)로, 두 자릿수 인상 뒤 이제 200만 원짜리 가방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 열망하던 중산층 구매자를 가리킨다. 그 정서는 실재하지만 직접 측정하기는 어렵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이탈이다. 시장이 수천만 명의 고객을 잃었다는 Bain의 추정, 그리고 가격 인상이 많은 쇼핑객에게 널리 인용된 Bain의 표현대로 "배신감(betrayed)"을 남겼다는 사실은 그 정서의 정량적 그림자다 [출처: Bain & Company, 2025] [출처: Reuters, 2026]. 그 고객이 같은 가격에 돌아올지가 열린 질문이다.
경기순환인가, 구조적 변화인가
이것이 정작 중요한 논쟁이며, 양쪽 모두 공정하게 서술할 가치가 있다. 진지한 애널리스트들이 진심으로 의견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경기순환 쪽 주장은 이 둔화가 대체로 거시적 국면에 관한 것이라고 본다. 부동산에 타격 입고 신뢰가 낮은 중국, 높은 금리,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청년 실업이다. J.P. Morgan(제이피모건)의 리서치팀이 이쪽에 기울어, 이 흐름이 "대체로 경기순환적이며 거시 배경과 관련 있을 수 있다 — 특히 젊은 소비자층의 높은 실업률"이라고 주장한다 [출처: J.P. Morgan, 2025]. Morningstar(모닝스타)는 더 단도직입적으로, 이 하강을 "구조적 전환이 아니라 경기순환적 휴지기"라 불렀다 [출처: Morningstar, 2025]. 이 해석대로라면 중국이 회복하고 금리가 내리면 열망하던 구매자가 돌아오고 가격 인상은 유지된다.
구조적 쪽 주장은 더 영구적인 무언가가 깨졌다고 본다. 여러 해의 가격 인상이 제품을 그 열망하던 구매자로부터 떼어놓았고, 더 젊은 세대는 그 값을 치를 의향이 덜하다는 것이다. Berenberg(베렌베르크) 애널리스트들은 "구조적 수요 문제", 즉 약해진 중국 소비·열망 계층의 후퇴·다음 세대와의 연결 실패가 겹친 "퍼펙트 스톰"을 묘사했다 [출처: Berenberg, 2025]. J.P. Morgan 스스로도 두 견해가 상호배타적이지 않음을 인정한다. "이 변화가 오래 지속될수록 그중 일부는 구조적인 것으로 굳어질 수 있다" [출처: J.P. Morgan, 2025]. 이것이 가장 방어 가능한 입장이다 — 경기순환적 충격이 여러 해 방치되면, 한 세대가 이 범주와 맺는 관계 자체의 구조적 변화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이는 사실이 확정된 문제가 아니라 해석을 둘러싼 애널리스트들 사이의 이견이다. 양측은 같은 보고 실적을 읽고서 인과와 지속성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고 있으며, 바로 그렇기에 이는 해소된 결론이 아니라 열린 논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돈이 여전히 흐르는 곳
내리막 시장에서도 어떤 구석은 호황을 누렸다 — 그리고 그곳이 어디에서 가치가 견고했는지를 가리킨다. 하드 럭셔리, 특히 주얼리가 단연 두드러졌다. Bain은 주얼리를 이 하강기 내내 가장 견실한 핵심 범주로 꼽았고, Richemont의 주얼리 주도 실적이 감사받은 숫자로 이를 확인했다. 2025년 3월 종료 회계연도에 8% 성장, 이어진 2분기에 불변 환율 기준 17% 급등이다 [출처: Bain & Company, 2024] [출처: Richemont, 2025]. 브랜드 주얼리는 할인하기 어렵고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읽히기 쉬워, 가격이 세 배로 뛴 패션 핸드백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중고 시장은 또 다른 신호다. Bain은 이제 명품 쇼핑객의 약 절반이 새 제품을 사기 전에 리세일 시장을 확인한다고 보고한다 [출처: Bain & Company, 2026]. 리세일 시장 전체 규모의 추정치는 편차가 크고 대부분 감사 자료가 아니라 시장조사 업체에서 나오므로, 그 구체적 수치는 여기서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방향은 일관된다 — 리세일은 1차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해 왔고, 중고 시계 플랫폼 Watchfinder(워치파인더)를 보유한 Richemont부터 리세일 사이트와 제휴한 Gucci까지, 브랜드들은 저항하기보다 참여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리세일을 먼저 확인하는 쇼핑객은, 호황기에 브랜드가 무시할 수 있었던 가격 대비 가치 계산을 하고 있는 쇼핑객이다.
무엇을 지켜볼까
이 둔화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앞으로 1년간의 몇 가지 신호가 어느 쪽으로 정착할지 알려줄 것이다. 첫째, Bain의 전망이 유지될지다. Bain은 점진적 안정화를 전제로 개인 명품 시장이 2026년 약 3,650억~3,730억 유로, 2~4% 증가로 회복할 것으로 본다 [출처: Bain & Company, 2026]. 그 성장이 정점에서만이 아니라 폭넓게 실현된다면 경기순환 진영이 힘을 얻는다. 둘째, 접근성 높은 하우스들 — 무엇보다 Gucci — 이 단순히 값을 내리지 않고도 안정화할 수 있을지다. 할인이 아니라 열망(desirability)이 이끄는 회복이라면, 열망하던 고객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셋째, 중국이다. Bain은 실물 시장이 여전히 부진한 와중에도 2026년 초 중국 온라인 명품이 크게 늘었다고 짚었으니, 그 회복이 실제 수요인지 채널 이동인지 지켜봐야 한다 [출처: Bain & Company, 2026]. 넷째, 지역 간 바통 넘기기다 — 2026년으로 접어들며 아메리카는 급증한 반면 유럽과 중동은 뒤처졌고, 지속적 반등에는 한 지역이 짊어지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출처: Bain & Company, 2026].
균형 잡힌 독해는 "명품은 망가졌다"도 "이것은 그저 일시적 현상이었다"도 아니다. 측정된 증거는 실제 역성장, 수천만 명 구매자의 진짜 이탈, 그리고 가격 결정력을 지킨 하우스와 그러지 못한 하우스 사이의 뚜렷한 갈라짐을 보여준다 — 반면 열망하던 고객이 오늘의 가격에 돌아올지는, 솔직히 말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누가 돌아오는지, 어떤 가격에 돌아오는지, 그리고 브랜드들이 그것을 측정하는지 아니면 그저 그러리라 가정하는지를 지켜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