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범미보건기구(PAHO)는 10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사실을 확인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홍역을 퇴치한 지역인 아메리카 대륙이, 캐나다에서 전파 고리가 12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그 지위를 잃었다는 것이다 [출처: 범미보건기구, 2025]. 몇 달 앞서 미국은 2025년 한 해 동안 확진 홍역 2,289건을 기록했다. 1992년 이후 최악의 해였고, 텍사스에서 미접종 아동 두 명과 뉴멕시코에서 성인 한 명이 숨졌다. 미국에서 10년 만에 나온 홍역 사망이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6]. 2026년 7월 말에는 미국 집계가 이미 그 수를 넘어 2,318건에 이르렀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6]. 대서양 건너 WHO 유럽지역에서는 2024년에 127,350건이 보고됐다. 25년여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출처: WHO 유럽지역·UNICEF, 2025].
이 가운데 수수께끼는 하나도 없다. 홍역은 알려진 가장 전염력이 강한 질병 중 하나이면서, 백신으로 가장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홍역의 귀환은 새롭거나 변이한 병원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 주는 접종률의 문턱, 그리고 어느 공동체가 그 아래로 내려갔을 때 벌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홍역이 특별한 이유: 전염의 수학
-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실측과 추정
- 접종률은 왜 무너졌나
- 자폐 괴담과 실제 증거
- 홍역이 몸에 실제로 하는 일
- 위태로워진 '퇴치' 지위의 의미
- 무엇이 판을 바꿀까
- 맺음말: 무엇을 지켜볼까
홍역이 특별한 이유: 전염의 수학
이 재확산을 이해하려면 숫자 하나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역학자들은 홍역의 기초감염재생산수(R0), 즉 감수성 인구 집단에서 감염자 한 명이 평균 몇 명에게 옮기는가를 대략 12~18로 본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5]. 계절성 독감이 1~2 정도인 것과 견주면 차이가 뚜렷하다. 홍역은 공기로 퍼지고, 오래 머문다. 감염자가 떠난 뒤에도 바이러스는 최대 2시간까지 공간에 남고, 면역이 없는 사람이 노출되면 최소 90%가 감염된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5].
이 극단적인 전염력이야말로 접종률이 그토록 높아야 하는 이유다. 홍역의 확산을 멈추려면 한 공동체 구성원의 약 95%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 2회 접종으로 면역을 갖춰야 한다. 웬만한 다른 질병보다 높은 기준이다. 이것이 집단면역의 논리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보호되면 바이러스는 감수성 있는 숙주의 연쇄를 찾지 못하고, 백신을 맞기엔 너무 어린 신생아나 면역이 약한 사람처럼 접종받지 못한 이들까지 보호된다.
접종률과 유행의 관계는 우연이 아니라 인과이며, 앞의 재생산수에서 곧바로 따라 나온다. 2회 접종률이 약 95% 아래로 떨어지면 실효 전파율이 1을 넘고, 유입된 한 건이 스스로 이어지는 유행의 불씨가 된다. 한 가지 단서가 이 서술을 정직하게 만든다. 유행은 전국 평균이 아니라 접종률이 낮은 국지적 틈새를 따라 번진다는 점이다. 어떤 나라가 안심할 만한 전국 수치를 내세우는 동안에도, 특정 카운티나 학교, 결속이 강한 공동체는 기준선을 한참 밑돌 수 있다. 그리고 홍역은 바로 그곳으로 돌아온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실측과 추정
홍역 보도에서 자주 뒤섞이는 두 종류의 숫자를 갈라 두는 편이 좋다. 감시 체계가 실제로 확인한 확진 건수와, 통계 모델이 추정한 총계다.
확진 건수만으로도 상황은 뚜렷하다. 미국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5년 한 해 확진 2,289건을 집계했다. 1992년 이후 가장 많았고, 유행은 48건, 확진의 90%가 이 유행들과 연결됐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6]. 무게중심은 2025년 1월 텍사스 서부 게인스 카운티의 한 메노나이트 공동체에서 시작된 유행이었다. 그곳에서는 유치원생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백신 면제를 신청했는데, 주 평균은 4%에 못 미쳤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5]. 규모를 가늠하자면, 퇴치 이후 이전 최고 기록은 2019년의 1,274건이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5]. WHO 유럽지역에서 2024년 확진된 127,350건은 2023년의 두 배이자 1997년 이후 최대였다. 5세 미만 아동이 40%를 넘었고,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입원했다 [출처: WHO 유럽지역·UNICEF, 2025].
전 세계 수치는 성격이 다르다. WHO와 CDC는 2023년 전 세계 홍역을 1,030만 건으로 공동 추정했다. 2022년보다 약 20% 늘어난 규모이며, 사망은 약 107,500명으로 대부분 5세 미만 아동이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 2024]. 이 1,030만 건은 감시가 취약한 지역의 막대한 과소보고를 보정하려고 만든 모델 추정치이지, 직접 센 숫자가 아니다. 두 종류의 숫자 모두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며, 지금 읽는 것이 어느 쪽인지 알아 둘 만하다. 어떤 머리기사가 특정 나라의 "몇 년 이후 최악의 해"라고 할 때, 그 주장은 전 역사가 아니라 정해진 기록 범위에 한정된다. 미국 확진은 1992년 이후, 유럽지역은 1997년 이후를 기준으로 삼는 식이다.
접종률은 왜 무너졌나
백신이 효과가 있고 수학이 분명한데도 접종률은 왜 떨어졌을까. 정직한 답은, 여러 힘이 같은 방향으로 밀었고 그 힘들을 이해하는 편이 책임을 묻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첫째는 팬데믹이었다. 코로나19는 2020~2021년 전 세계 영유아 정기 예방접종을 흐트러뜨렸고, 많은 나라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2023년에 홍역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아동은 약 83%, 권장되는 2차까지 받은 아동은 74%에 그쳤다. 필요한 95%에 한참 못 미쳤고, 그해 1차조차 놓친 아동이 2,200만 명을 넘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 2024]. 미국에서는 유치원생 MMR 접종률이 2024~25학년도에 92.5%로 떨어져 4년째 95% 목표를 밑돌았고, 백신 면제는 3.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5].
둘째는 측정하기 더 까다로운 요인들의 묶음이다. 접근성과 보건체계의 틈, 커지는 백신 기피, 그리고 잘못된 정보다. 백신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부모를 희화화하기는 쉽지만, 이유는 제각각이고 공정하게 짚을 가치가 있다. 어떤 이들은 비용, 시간, 병원까지의 거리 같은 현실적 장벽에 부딪힌다. 어떤 이들은 공공기관을 오래 불신해 온 공동체에 속해 있다. 어떤 이들은 온라인의 거짓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를 구분하는 일은 탁상공론이 아니다. 병원 진료시간 때문에 접종하지 못한 가정과 괴담에 설득당한 가정에는 서로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증거가 뒷받침하지 않는 것은, 이 기피가 백신 안전성에 대한 진짜 과학적 의문에 근거한 양 다루는 태도다. 그 의문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핵심 질문에 관해서라면, 과학은 열려 있지 않다.
자폐 괴담과 실제 증거
MMR 백신을 둘러싼 가장 해로운 괴담, 곧 백신이 자폐를 일으킨다는 주장은 정면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기피하는 부모를 존중한다는 것이 이 질문을 미결로 꾸며 내는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났다.
주장의 출발점은 1998년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랜싯(The Lancet)》에 실은 논문이다. 이 논문은 데이터 조작과 미공개 이해충돌이 드러나 2010년 철회됐고,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잃었다. 그 뒤로 역학 분야의 가장 큰 연구들이 연관성을 찾아 나섰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가장 강력한 것은 1999~2010년에 태어난 아동 657,461명을 추적한 덴마크 전국 코호트 연구다. MMR 접종은 자폐와 연관되지 않았고, 다른 위험요인을 지닌 아동에게서 자폐를 유발하지도 않았으며, 접종 후 진단이 몰리는 현상도 없었다 [출처: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9].
주장과 검증된 사실 사이의 층위 구분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 바로 여기다. 이미 결론이 난 과학적 질문을 양쪽 입장으로 나눠 보도하는 것은 실제로 해를 끼친다. 증거가 이미 닫아 놓은 논쟁을 새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일부 부모가 왜 이 괴담을 믿는지 설명하는 일은 값어치가 있다. 그러나 괴담 자체를 아직 열려 있는 과학적 논란인 양 제시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홍역이 몸에 실제로 하는 일
홍역이 대중의 공포에서 멀어진 데에는, 오늘날 살아 있는 사람 대부분이 홍역을 직접 본 적이 없다는 사정도 있다. 이 병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증거에 기대어 과장 없이 되짚어 볼 만하다.
홍역에 걸린 미국의 미접종자 중 약 5분의 1이 입원한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5]. 아동은 최대 20명 중 1명이 폐렴에 걸리는데, 이는 어린아이에게서 홍역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약 1,000명 중 1명은 뇌염, 즉 뇌 부종을 겪어 영구 장애로 이어질 수 있고, 감염된 아동 1,000명당 1~3명은 호흡기·신경계 합병증으로 숨진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5]. 드물지만 언제나 치명적인 합병증인 아급성 경화성 범뇌염(SSPE)은 겉으로 회복한 뒤 7~10년이 지나 나타날 수 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2025].
연구자들이 최근에야 규명한 더 은밀한 해악도 있다. 2019년 《사이언스(Science)》와 《사이언스 이뮤놀로지》에 실린 연구들은 홍역이 '면역 기억상실'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였다. 감염이 과거 병원체에 대한 면역계의 기억 일부를 지워 버린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아동은 홍역을 앓은 뒤 보호 항체의 11%에서 73%까지 잃었고, 이미 한 번 이겨 냈던 감염에 몇 년간 다시 취약해졌다 [출처: Science, 2019]. 다시 말해 홍역은 위험한 병 하나를 앓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이 여러 해에 걸쳐 쌓은 보호막을 소리 없이 지울 수 있다.
위태로워진 '퇴치' 지위의 의미
'퇴치(elimination)'는 전문 용어라 오해하기 쉽다. 어떤 병이 영원히 박멸됐다는 뜻이 아니라, 한 지역에서 자생적 전파 고리가 12개월 이상 이어진 적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지역 위원회가 이를 공식 인증하며, 철회할 수도 있다 [출처: 범미보건기구, 2025]. 미국은 2000년부터 이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 지위가 지금 실제로 흔들리고 있다. 2025년 11월 10일, PAHO는 캐나다가 퇴치 지위를 잃었다고 확인했다. 2024년 10월 뉴브런즈윅에서 시작된 유행이 12개월 선을 넘었고, 5,200건이 넘었다 [출처: 범미보건기구, 2025]. 한 나라가 지위를 잃으면 그 지역 전체가 함께 끌려 내려가기 때문에, 2024년에야 다시 홍역 청정 지역으로 인증받았던 아메리카 대륙도 그 지역 지위를 잃었다 [출처: 범미보건기구, 2025]. 미국은 그 11월 심사에서 국가 단위 지위를 지켰지만, 2025년 1월 시작된 텍사스 서부의 전파 고리가 미결의 관건이다. 12개월 안에 끊겼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미국은 4반세기 동안 지켜 온 지위를 잃을 수 있다 [출처: 범미보건기구, 2026]. 이는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공식 역학 판정이며, 그렇기에 지켜볼 만한 검증 가능한 신호가 된다.
무엇이 판을 바꿀까
홍역에 관한 불편하면서도 희망적인 사실은, 세계가 필요한 도구를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이다. MMR 백신은 값싸고 안전하며 2회 접종 시 약 97% 효과가 있다. 발목을 잡는 것은 없는 기술이 아니라 지속되지 못하는 접종률이다.
공중보건의 대응책은 화려하지 않지만 잘 알려져 있다. 정기 2회 MMR 접종률을 평균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에서 최소 95%로 되돌리는 것. 팬데믹 기간에 접종을 놓친 아동을 위한 따라잡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 특히 과소보고 지역에서 유행을 초기에 잡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것. 그리고 잘못된 정보에는 훈계가 아니라 분명하고 신뢰받는 지역 소통으로 맞서는 것, 흔히 사람들이 이미 아는 임상의와 지역 인사를 통해서다. WHO와 UNICEF, 백신 접근성 협력체들은 이 모두를 밀어붙여 왔지만, 각각은 새로운 돌파구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와 꾸준한 재원에 달려 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 2024]. 아메리카 대륙은 홍역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퇴치했는데, 접종률만 유지된다면 목표에 닿을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출처: 범미보건기구, 2025].
맺음말: 무엇을 지켜볼까
홍역은 과학이 분명하고, 숫자가 측정 가능하며, 해법이 알려진 드문 공중보건 문제다. 그리고 그 후퇴는 거의 전적으로, 수학이 우리에게 그어 준 선 아래로 접종률이 미끄러진 데서 온다. 앞으로 1년간 몇 가지 신호가 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미국이 텍사스 서부와 연결된 전파 고리를 제때 끊어 퇴치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유치원 접종률이 하락을 멈추고 다시 95%를 향해 오를지. 유럽의 2024년 급증이 정점으로 판명될지 아니면 고원으로 굳어질지. 그리고 접종률이 가장 얇은 나라들이, 우리가 멈추는 법을 아는 가장 오래된 질병 가운데 하나인 홍역이 아예 눌러앉기 전에 그 틈을 메울 수 있을지. 바이러스는 변하지 않았다. 미결의 질문은 그것을 둘러싼 보호막이 변할 것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