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사상 최대 규모의 FIFA 월드컵이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막을 내렸다. 48개국, 104경기, 16개 개최도시 — 대회가 커진 만큼 따라붙은 숫자도 컸다 [출처: FIFA, 2026]. 개막에 앞서 FIFA와 세계무역기구(WTO)가 의뢰한 분석은 이 대회가 세계 GDP를 409억 달러 끌어올리고 약 82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FIFA, 2025]. 화려한 숫자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수십 년째 같은 질문을 반복해 왔다. 메가 이벤트(mega-event), 즉 월드컵·올림픽 같은 초대형 국제 대회는 정말 개최국에 '남는 장사'인가? 흥미로운 점은, 이 질문에 대한 학계의 답이 놀랄 만큼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특정 대회의 승패가 아니라 메가 이벤트 '경제학'의 일반 원리를 다룬다. 핵심은 두 가지를 구분하는 데 있다. 하나는 누가 숫자를 만들었는가(주최측·컨설팅의 추정 대 독립 연구), 다른 하나는 그 숫자가 언제 나왔는가(대회 전 전망 대 대회 후 실측)다.
아래에는 세 종류의 숫자가 등장하므로, 나오기 전에 이름을 붙여 두는 편이 낫다. 첫째는 동료평가를 거친 연구다. 대회가 끝난 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경제학자가 측정한 것이다. 둘째는 주최측과 컨설팅의 전망이다. 대회 전에, 답에 이해관계가 걸린 쪽이 만든다. 셋째는 보도된 실현 비용이다. 청구서가 들어온 뒤 언론과 각국 감사기관이 집계한 누계인데, '대회'의 경계를 저마다 다르게 긋기 때문에 서로 자주 어긋난다. 이 글의 어떤 문장도 전망을 실측으로, 보도 추정을 감사 결과로 격상시키지 않는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은 40억 달러의 이익을 약속하며 유치됐다. 대회가 끝난 뒤 학술 분석이 계산한 것은, 9개 개최도시의 55억~93억 달러 '손실'이었다.
목차
- 왜 지금인가: 사상 최대 대회와 오래된 질문
- 모양이 달라진 대회
- 같은 저울에 놓인 두 종류의 숫자
- 장밋빛 숫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2026년의 공식 전망
- 숫자가 커지는 네 가지 이유
- 승자의 저주, 그리고 그 대가
- 전망과 실측의 간극
- 1994년이라는 교훈
- 예산을 지킨 적 없는 올림픽
- 연구 130여 편이 함께 말하는 것
- 청구서와 '하얀 코끼리'
- 브라질 2014와 밀림 속 경기장
- 아테네 2004와 그 뒤의 부채
- 소치와 도쿄: 규모의 기록
- 카타르 2022: 모두가 잘못 읽는 숫자
- 2026은 다를까
- 단 하나의 구조적 이점
- '기존'이 '공짜'는 아닌 이유
- 남는 장사가 아니어도 개최하는 이유
- 세 가지 편익, 그중 과대평가되는 둘
- 위신과 소프트 파워, 그리고 정직한 결론
- 결론: 무엇을 지켜볼까
- 지금까지의 증거가 말하는 것
- 어떤 숫자에도 던져야 할 세 가지 질문
왜 지금인가: 사상 최대 대회와 오래된 질문
모양이 달라진 대회
2026 월드컵은 여러 면에서 '역대급'이었다. 출전국이 32개에서 48개로 늘고, 경기 수는 104경기로 불어났으며, 사상 처음으로 세 나라가 개최를 나눠 맡았다 [출처: FIFA, 2026]. 대회가 커질수록 따라붙는 경제효과 추정치도 커졌고, "이 도시가 얼마를 벌었나"라는 질문은 개최 도시마다 반복됐다. 사상 최대 대회는 그래서 메가 이벤트 경제학을 다시 저울에 올려놓기에 좋은 렌즈다.
규모는 정확히 짚어 둘 값어치가 있다. 거의 모든 경제효과 수치가 그 규모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104경기는 조별리그 72경기와 결선 토너먼트 24경기로 나뉘는데, 직전까지는 각각 64경기와 32경기였다. 16개 개최도시는 미국 11곳, 멕시코 3곳, 캐나다 2곳으로 갈렸고, 대회는 2026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이어졌다 [출처: FIFA, 2026]. 더 많은 경기가 더 많은 도시에서 더 긴 기간에 걸쳐 열리면, 그 위에 쌓아 올린 지출 추정치는 기계적으로 커진다.
같은 저울에 놓인 두 종류의 숫자
문제는 그 저울에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추가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는 주최 기관과 컨설팅 회사가 대회 전에 내놓는 '전망'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경제학자들이 대회가 끝난 뒤 측정하는 '실측'이 있다. 이 둘은 자주 어긋난다. 그래서 이 글은 인상과 데이터를 섞지 않으려 한다. '풀 스타디움과 붐비는 팬 페스티벌'이라는 체감이 곧 '순증가'라는 실측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출처: NC State University, 2026].
둘을 갈라 두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만드는 주체도, 만드는 목적도 다르다는 것이다. 전망은 대개 이미 내려진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의뢰되고, 대회가 아직 공공자금과 여론의 열기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발표된다. 실측은 몇 년 뒤, 아무도 무엇을 팔 필요가 없을 때 나온다. 학계는 개최 주체에 따라 저울이 한쪽으로 더 기운다는 점도 지적한다. 개발도상국이 개최할 때 비용-편익 구도는 훨씬 나빠지는데, 최근 가장 비쌌던 대회 여럿이 바로 그런 곳에서 열렸다 [출처: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016].
장밋빛 숫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메가 이벤트의 경제효과는 대개 대회가 열리기 훨씬 전, 인상적인 보도자료의 형태로 먼저 도착한다. 이 숫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면, 왜 경제학자들이 그 앞에서 신중해지는지도 보인다.
2026년의 공식 전망
2026 대회의 공식 전망은 FIFA와 WTO가 컨설팅사 OpenEconomics에 의뢰해 2025년 4월 발표한 분석에서 나왔다. 이에 따르면 2026 월드컵은 전 세계 GDP를 409억 달러 끌어올리고, 약 82만 4천 개의 정규직 환산(FTE) 일자리를 만들며, 세 개최국에 650만 명의 관중을 불러 모을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만 놓고 보면 GDP 기여 172억 달러, 일자리 약 18만 5천 개다 [출처: FIFA, 2025]. 다만 널리 인용되는 '470억 달러'라는 숫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2026 월드컵 하나가 아니라 2025년 미국에서 열린 FIFA 클럽 월드컵까지 합친 '미국 내 총산출'이기 때문이다 [출처: FIFA, 2025]. 별도로 컨설팅사 Tourism Economics는 이 대회로 약 124만 명의 국제 방문객이 미국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Tourism Economics, 2025].
같은 연구에서 나온 두 숫자를 더 보면, 왜 이 헤드라인이 그렇게 쉽게 헝클어지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GDP 기여 172억 달러와 별도로 총산출(gross output) 305억 달러가 전망됐는데, 이는 부가가치가 아니라 거래 총액을 세는 더 넓은 지표여서 GDP와 맞바꿔 쓸 수 없다. 또 '470억 달러' 헤드라인에 묶여 들어간 클럽 월드컵 자체에도 세계 GDP 211억 달러, 미국 GDP 96억 달러, 미국 내 일자리 10만 5천 개가 매겨져 있다 [출처: FIFA, 2025]. 이 모두는 주최측을 위해 만들어진 사전 전망이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실측이 아니다.
숫자가 커지는 네 가지 이유
경제학자들이 이런 전망을 '틀렸다'기보다 '커지도록 설계됐다'고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회 전 영향 분석은 대체로 행사 관련 지출을 모은 뒤 큰 승수(multiplier, 한 번의 지출이 파급을 통해 몇 배의 효과를 낸다고 보는 계수)를 곱하는데, 그 과정에서 네 가지가 자주 빠진다 [출처: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Finance, 2009].
-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 대회에 쓰인 돈의 상당 부분은 원래 그 지역에서 쓰였을 돈이 자리만 옮긴 것이다. 평소의 관광·외식·여가 지출을 밀어낸 것이라면, 그것은 '새로 생긴' 돈이 아니다.
- 구축효과(crowding out): 혼잡·물가 급등·보안 강화는 대회가 없었다면 찾아왔을 일반 관광객과 출장객을 오히려 쫓아낸다. 대회 전 분석은 이 밀어내기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
- 누수(leakage): 수익의 큰 몫은 개최지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FIFA·IOC, 다국적 스폰서, 외지 계약업체와 인력에게 돌아가는 몫은 지역 경제에 남지 않는다.
- 부풀린 승수: 홍보용 분석은 큰 승수를 적용하지만, 사후의 학술 연구는 그런 승수가 대개 과대하다고 본다. 승수의 오용이야말로 영향 분석이 실제 이익을 부풀리는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출처: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Finance, 2009].
누수는 개최도시가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항목이다. 2026 수치를 검토한 독립 경제학자는 이렇게 잘라 말한다. 개최도시를 비롯한 공공 주체는 경기 당일 직접 수입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계권·스폰서십·티켓 판매를 통해 통괄 기구가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출처: NC State University, 2026]. 같은 검토는 영향 분석이 "예측 가능하게 큰 숫자가 나오도록 짜여" 있고 "공공 개최 비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개별 입력값이 틀렸다는 데 있다기보다, 회계가 비대칭이라는 데 있다. 편익은 후하게 합산되고 비용은 얇게 기록된다.
승자의 저주, 그리고 그 대가
여기에 하나가 더해진다. 유치 경쟁 자체가 개최지를 가장 낙관적인 약속 쪽으로 밀어붙이는 '승자의 저주'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더 크게 약속해야 하고, 그렇게 쏟아부은 공공자금은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곳에 쓰이지 못한다. 이것이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그 기회비용이야말로 학계가 가장 강하게 못 박는 지점이다. 이 분야를 폭넓게 종합한 조사는 스포츠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적 보조금이 '가치 있는 공공투자'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결론짓는데, 이는 프로 구단을 유치한 도시에서 1인당 소득에 유의한 양(+)의 효과가 없었다는 1999년의 토대 연구 위에 서 있다 [출처: Journal of Economic Surveys, 2023]. 유치 경쟁의 역학은 이를 완화하기는커녕 악화시킨다. 개최권이 가장 크게 약속한 쪽에 돌아가는 이상, 그 과정은 가장 낙관적인 가정을 담은 제안서를 체계적으로 골라내며, 공적 약속이 되는 것은 중간값이 아니라 바로 그 제안서다.
전망과 실측의 간극
전망과 실측을 나란히 놓으면, 메가 이벤트 경제학의 가장 일관된 특징이 드러난다. 바로 둘 사이의 간극이다.
1994년이라는 교훈
가장 선명한 사례는 1994년 미국 월드컵이다. 유치 당시 옹호론은 약 40억 달러의 이익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동료평가를 거친 분석이 계산한 것은 정반대였다. 9개 개최도시의 소득 증가가 예상보다 낮아, 누적 55억~93억 달러의 '손실'로 나타난 것이다 [출처: Regional Studies, 2004]. 약속과 실측의 부호가 아예 반대였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메가 이벤트 경제학의 상징으로 자주 인용된다.
1994년을 가장 깨끗한 사례로 만드는 것은 간극의 크기가 아니라 셈법의 질이다. 이 분석은 영수증을 합산한 것이 아니라, 9개 개최도시의 소득 증가를 그 도시들에 대해 예측됐던 값과 견주어 미달했음을 보였다. 홍보용 전망이 스스로에게는 결코 돌리지 않는 대조다 [출처: Regional Studies, 2004]. 예상된 관광 이익이 밀어내기를 빼고 나면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잘 기록해 둔 사례이기도 하다. 방문객은 분명 왔다. 다만 일부는 다른 방문객을 대신해 온 것이었고, 그 수는 개최도시들이 쏟아부은 것을 메우지 못했다.
예산을 지킨 적 없는 올림픽
올림픽으로 눈을 돌리면 또 다른 규칙성이 보인다. 옥스퍼드 올림픽 연구(Oxford Olympics Study)에 따르면, 올림픽은 예외 없이 모든 대회가 예산을 초과했으며, 실질 기준 평균 초과율은 156%(중앙값 90%)로 대형 프로젝트 유형 중 가장 높았다 [출처: Oxford Olympics Study, 2016]. 2024년 갱신판 역시 올림픽을 "예산 안에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는 유일한 프로젝트 유형"으로 규정했다. 다만 156%라는 수치는 측정 방식을 둘러싼 반론도 있으므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옥스퍼드 연구의 추정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하다 [출처: Oxford Olympics Study, 2024].
2024년 갱신판에는 짚어 둘 것이 둘 있다. 당시 절제된 대회로 평가받던 2024년 파리조차 2022년 가격 기준 87억 달러가 들어 실질 115%의 예산 초과를 기록했다. 장기 평균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초과는 초과다. 또 이 연구는 올림픽 비용이 평탄해지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중이라고 보고한다 [출처: Oxford Olympics Study, 2024]. 156%를 둘러싼 방법론 논쟁은 실재하며 계속 염두에 둬야 하지만, 그 논쟁은 평균 초과율이 얼마인가에 관한 것이지 초과가 정상인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 좁은 질문에는 이견이 없다.
연구 130여 편이 함께 말하는 것
개별 대회를 넘어, 프로 스포츠 구단·경기장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30여 년간의 연구 130여 편으로 종합한 조사도 결론은 비슷하다.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며, 시민적 자긍심 같은 무형의 가치를 더해도 편익이 공공 지출을 메우기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적 보조금은 '가치 있는 공공투자'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출처: Journal of Economic Surveys, 2023]. 올림픽에 관한 한 대표적 종설도 "대부분의 경우 올림픽은 개최도시에 손해 보는 장사이며, 순편익이 나는 것은 매우 특수하고 이례적인 조건에서뿐"이라고 요약한다 [출처: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016].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국에서 "순 경제적 이익은 없다"는 진단도 같은 결을 이룬다 [출처: Brookings Institution Press, 2015].
이 조사에서 놓치기 쉬운 특징이 둘 있다. 하나는 30여 년에 걸친 130편 넘는 연구를 다뤘다는 점이다. 뒤이은 논문 하나로 뒤집힐 단일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시민적 자긍심이나 삶의 질 같은 무형 편익 — 옹호론이 흔히 경제학자가 무시한다고 비판하는 바로 그 항목 — 을 인정하고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출처: Journal of Economic Surveys, 2023]. 분배 문제는 이와 별개다. "순 경제적 이익은 없다"는 진단에는, 개최로 이득을 보는 쪽은 부유층일 수 있고 중·저소득 주민은 그렇지 않다는 관찰이 함께 붙는다. 총합이 0에 가깝더라도 그 안에 이전(移轉)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Brookings Institution Press, 2015].
청구서와 '하얀 코끼리'
전망이 빗나갈 때 남는 것은 청구서다. 그리고 그 청구서에는 종종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 — 유지비만 많이 들고 쓸모는 적은 시설 — 가 딸려 온다.
브라질 2014와 밀림 속 경기장
브라질 2014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총비용은 대체로 150억 달러 안팎으로 집계되며, 민간 투자 비중은 15%에도 못 미쳐 대부분이 공공 예산이었다 [출처: Time, 2014]. 상징이 된 것은 아마존 밀림 도시 마나우스에 지은 아레나 다 아마조니아(Arena da Amazônia)다. 약 3억 달러를 들여 지었지만 월드컵 경기는 단 4번 치렀고, 정작 지역 최상위 클럽의 평균 관중은 수천 명 수준에 그쳤다 [출처: Sports Illustrated, 2016].
150억 달러는 확정된 총액이라기보다 편의상의 중간값이다. 무엇을 대회 지출로 세느냐에 따라, 보도된 범위는 약 116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까지 벌어진다 [출처: Time, 2014]. 이 모호함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대회'의 경계가 헐거우면, 같은 대회를 두고 아무도 숫자를 잘못 인용하지 않으면서 검소했다고 옹호할 수도, 파멸적이었다고 공격할 수도 있다. 반면 공공 부담 비중은 모호하지 않다. 민간 투자가 15%에 못 미쳤으니 최종 총액이 얼마였든 절대다수는 브라질의 공공 예산에서 나왔고, 그래서 경기장 유산 문제는 회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가 됐다 [출처: Time, 2014].
아테네 2004와 그 뒤의 부채
올림픽 쪽 사례도 다르지 않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약 110억 달러가 들어 당초 예산의 두 배에 이르렀고, 상당수 경기장이 대회 후 방치됐다 [출처: Time, 2012]. 당시 IOC 위원장은 그리스 대외부채의 2~3%가량을 올림픽 탓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귀속 추정치이며 부채 위기와의 인과관계 자체는 논쟁적이라는 점을 함께 밝혀 둘 필요가 있다 [출처: VOA, 2012].
이 그림을 채워 주는 세부가 둘 있다. 보안에만 12억 달러 넘게 들었다. 이전 대회에서는 거의 잡히지 않던 항목이었고, 이후로는 피할 수 없는 항목이 됐다 [출처: Time, 2012]. 그리스 총리 본인은 나라의 재정 상태를 한 번의 대회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부실 운영 탓으로 돌렸다 [출처: VOA, 2012]. 정직하게 읽으면 아테네는 훨씬 큰 재정 문제 안에 놓인, 크고 시점이 나빴던 지출이었다. 그리고 2~3%라는 몫은 IOC 위원장 본인이 제시한 추정이지 감사로 확정된 배분이 아니다.
소치와 도쿄: 규모의 기록
규모의 기록도 이 흐름 위에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약 500억 달러로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남았다 [출처: Washington Post, 2014].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은 조직위 공식 집계로 130억 달러가 들었지만, 이는 유치 당시 제시한 73억 달러의 약 두 배다. 게다가 감사 기관 추정으로는 실제 총비용이 220억~280억 달러에 이른다는 지적도 있어, 공식 수치와 실측 사이의 간극을 다시 보여 준다 [출처: France 24, 2022]. 소치와 도쿄의 큰 숫자는 순수 경기장 비용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기반시설을 포함한다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두 숫자 모두 유치 당시 제안서와 나란히 놓으면 달리 보인다. 러시아가 2007년 소치 유치 때 제시한 비용은 120억 달러였으니 실현된 약 500억 달러는 약 4배로 불어난 셈이고, 훨씬 규모가 큰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대체로 400억 달러 안팎으로 집계)마저 넘어섰다 [출처: Washington Post, 2014]. 도쿄의 초과에는 특이한 항목이 있다. 1년 연기 자체에 약 28억 달러가 들었고, 무관중 개최로 티켓 수입 약 8억 달러가 사라졌다 [출처: France 24, 2022]. 둘 다 건설 초과가 아니다. 메가 이벤트의 '비용'에는 유치와 개막식 사이에 세상이 바뀔 위험까지 포함된다는 뜻이다.
카타르 2022: 모두가 잘못 읽는 숫자
'2천억 달러 월드컵'으로 불린 2022년 카타르는 특히 오해를 사기 쉬운 사례다. 카타르의 총지출은 흔히 2,200억 달러 이상으로 인용되지만, 이 가운데 경기장과 대회 운영에 쓰인 몫은 약 80억~100억 달러에 그친다. 나머지 대부분은 지하철·신공항·도로·호텔 같은 국가 기반시설로, 카타르가 월드컵을 촉매 삼아 추진한 장기 개발 예산이다 [출처: Forbes, 2022]. '2천억 달러'라는 숫자를 경기장 비용처럼 인용하면 사실을 왜곡하게 된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카타르 2022에는 감사로 확정된 단일 총액이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인용되는 2,200억~2,290억 달러라는 범위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국가 개발 프로그램 전반의 지출을 아우르며, 하나로 정산된 회계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외부 추정을 모아 만든 값이다 [출처: Forbes, 2022]. 이는 올림픽식 예산 초과와는 반대 방향의 실패다. 올림픽에서는 특정 조직위가 특정 예산을 넘겼다면, 카타르에서는 '월드컵의 비용'이라는 것이 애초에 경계가 지어진 양이 아니었다. 헤드라인 숫자가 그토록 인용하기 좋고 또 그토록 오해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6은 다를까
단 하나의 구조적 이점
그렇다면 2026 월드컵은 이 오래된 패턴에서 벗어날까. 구조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하나 있다. 이번 대회는 대부분 기존의 NFL 경기장과 대형 스타디움을 활용한다. 과거 여러 월드컵과 올림픽을 침몰시켰던 가장 크고 위험한 비용, 즉 새 경기장 건설을 상당 부분 피했다는 뜻이다 [출처: NC State University, 2026].
그것이 무엇을 피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짚을 만하다. 이 글에 나온 가장 비싼 사례들은 한 가지 항목을 공유한다. 대회가 끝난 뒤 쓸 수요가 마땅치 않은 곳에 새로 지은 전용 경기장이다. 브라질은 마나우스에 아레나 다 아마조니아를 지었고, 아테네는 훗날 방치될 경기장들을 지었으며, 소치는 올림픽 단지 전체를 사실상 맨땅에서 세웠다. 2026 대회는 그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경기장은 이미 있었고, FIFA가 오든 오지 않든 계속 존재하며 쓰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NC State University, 2026]. 이는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구조 차이이며, 최근 개최지 가운데 가장 강한 논거다.
'기존'이 '공짜'는 아닌 이유
다만 같은 전문가는 곧바로 단서를 단다. 그 기존 경기장들이 '공짜'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는 애초에 공적 보조로 지어졌고, 대회를 치르는 미국 개최도시들은 보안·교통·팬 행사 등에 도시당 1억~2억 달러 이상의 공공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 [출처: NC State University, 2026]. 뉴욕이나 마이애미처럼 이미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에서는, 대회가 없었어도 채워졌을 호텔을 두고 대체효과와 구축효과가 특히 크게 작동한다. 다시 말해, 2026의 위험은 과거보다 낮되 0은 아니다.
이 장부의 양쪽을 나란히 놓으면 2026의 위험이 어떤 모양인지 드러난다. 개최도시는 보안·교통·팬 행사 비용을 떠안는 반면, 경기 당일 직접 수입은 대체로 그들을 지나쳐 통괄 기구와 상업 파트너에게로 흘러간다 [출처: NC State University, 2026]. 따라서 대회가 특정 도시에 남는 장사였는지는 '진짜로 추가된' 방문 지출이 얼마인가에 달려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대체효과와 구축효과가 깎아내는 바로 그 양이다. 그리고 그 양은 아직 알 수 없다. 지금 존재하는 것은 전망이고, 독립적인 실측은 1994년이 그랬듯 나중에 나온다.
남는 장사가 아니어도 개최하는 이유
세 가지 편익, 그중 과대평가되는 둘
경제학의 회의론이 그렇게 일관된다면, 나라들은 왜 여전히 유치에 뛰어들까. 답의 상당 부분은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가치에 있다. 대표적 종설은 경제학자들이 저울에 올리는 편익을 세 가지로 나눈다. 대회 기간의 단기 관광 지출, 장기적인 '유산(legacy)', 그리고 자긍심 같은 무형의 '기분 좋음' 효과다. 앞의 둘은 자주 과대평가되지만, 세 번째는 실재한다 [출처: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016]. 다만 이 '기분 좋음'은 크지 않고 짧게 지나간다. 2014년 월드컵을 다룬 한 연구는 축구 경기 결과가 주관적 행복에 영향을 주되 "아주 잠깐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출처: Frontiers in Psychology, 2015].
이 비대칭은 풀어 말할 값어치가 있다. 관광 지출과 유산은 표에 적어 넣을 수 있는 두 항목이자, 학계가 자주 과대평가된다고 보는 두 항목이다. '기분 좋음'은 경제학자들이 실재한다고 가장 선뜻 인정하면서도 값을 매기기는 가장 어려워하는 항목이다 [출처: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016]. 불편한 조합이다. 가장 방어하기 쉬운 편익이 하필 건설 청구서와 맞대 놓을 수 없는 편익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행복도를 측정한 연구는 그 효과가 존재하되 짧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일시적인 기분이 항구적인 적자를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지에는 한계가 있다 [출처: Frontiers in Psychology, 2015].
위신과 소프트 파워, 그리고 정직한 결론
여기에 국가 이미지와 외교, 이른바 소프트 파워라는 동기가 더해진다. 이런 가치는 GDP로는 잡히지 않지만 분명 실재한다. 도시가 원래부터 필요로 하던 교통·공항 개선을 대회가 앞당겨 주는 경우도 있다. 경제학자들이 드물게 '성공'으로 꼽는 1992년 바르셀로나가 그런 사례인데, 그마저도 스포츠 자체보다 도시 재생이라는 목적이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요컨대 정직한 결론은 "언제나 사기"가 아니라 이렇다. 메가 이벤트의 '경제적' 명분은 대개 약하지만, 나라들이 그럼에도 개최하는 이유 — 국가적 위신, 소프트 파워, 무형의 자긍심 — 는 그 자체로 정당한 동기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을 '돈 버는 투자'로 포장하지 않는 한에서다.
바르셀로나는 모두가 먼저 꺼내는 사례인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통설은 1992년 올림픽이 수익을 냈다는 것이 아니다. 그 도시에 이미 일관된 도시 재생 계획이 있었고, 올림픽을 그 계획의 기한이자 재원 조달 수단으로 썼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계기였지 원인이 아니었다. 이 구분이 바르셀로나를 '본보기'에서 '조건'으로 바꿔 놓는다. 메가 이벤트는 도시가 원래 필요로 했고 이미 짓기로 한 기반시설을 앞당길 수 있고, 어떤 광고 예산으로도 사기 어려운 종류의 주목을 사 줄 수 있다. 둘 다 경제적 수익은 아니며, 문제는 그것을 수익인 양 내밀 때 시작된다.
결론: 무엇을 지켜볼까
지금까지의 증거가 말하는 것
사상 최대의 월드컵이 남긴 진짜 질문은 스코어보드가 아니라 회계장부에 있다. 지금까지의 증거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대회 전 전망은 크게 나오도록 설계되는 경향이 있고, 대회 후 실측은 대체·구축·누수·기회비용을 빼고 나면 그 전망에 못 미치기 일쑤다. 2026은 기존 경기장을 활용해 구조적 위험을 낮췄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지만, 그 예외가 규칙을 뒤집을 만큼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평결로 수렴하지는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 독립 연구는 방향에 관해서는 일관되고 한계에 관해서는 솔직하다. 측정된 효과는 작고, 발표된 전망은 크며, 그 차이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이다. 학계가 내놓는 가장 강한 일반 진술은 개최가 언제나 손해라는 것이 아니라, 순편익이 나는 것은 매우 특수하고 이례적인 조건에서뿐이라는 것이다 [출처: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016]. 이는 일반 원칙이 아니라 예외 조항이며, 입증 책임이 영수증을 요구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전망을 내놓은 쪽에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숫자에도 던져야 할 세 가지 질문
앞으로 지켜볼 점은 분명하다. 대회가 끝난 뒤 독립 연구들이 FIFA의 409억 달러 전망을 어디까지 확인하거나 반박하는지, 미국 개최도시들이 실제로 부담한 공공 비용이 얼마로 정산되는지, 그리고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처럼 뒤이은 메가 이벤트들이 기존 시설 재활용으로 비용을 통제하는 모델을 이어갈지다. '더 큰 대회'가 '남는 장사'였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화려한 전망이 아니라 조용한 사후 정산에서 나올 것이다.
앞으로 어떤 숫자가 나오든 그것을 읽는 방법도 있다. 경제학 학위는 필요 없다. 누가 그 숫자를 만들었는지 물어라. 주최측인지, 주최측을 위해 일한 컨설팅사인지, 답에 걸린 것이 없는 독립 연구자인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물어라. 대회 전이라면 전망이고, 대회 후라면 실측이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물어라. 경기장과 운영뿐인지, 10년치 국가 기반시설까지 접어 넣은 것인지. 이 세 질문이, 이 글에 나온 오해를 부르는 메가 이벤트 숫자 거의 전부를 그 옆에 선 방어 가능한 숫자와 갈라놓는다.